과메기라 하면 사람들은 대부분 포항을 떠올린다. 맞다, 그곳에서 처음 시작됐다. 하지만 요즘은 부산에서도 과메기의 바람이 분다. 같은 바다지만, 바람의 결이 다르고, 사람의 손길도 다르다. 그래서 맛이 다르다. 바람의 방향이 다르면, 생선의 인생도 달라지는 법이다.
포항의 과메기 — 원조의 자존심
포항의 과메기는 겨울을 대표하는 상징 같은 음식이다. 북서풍이 매섭게 불면, 사람들은 골목마다 말린 꽁치를 건다. 그 소금기 어린 바람이 포항의 명성을 만들었다. 현지에서는 ‘꽁치 말린 거’와 ‘청어 말린 거’를 구분해 부른다. 예전엔 청어가 많았지만 지금은 꽁치가 대세다. 그 질긴 전통이 아직 살아 있다. 시장 골목을 돌면, 마당마다 대나무 장대가 서 있고, 그 위에 반짝이는 생선살이 걸려 있다.
그건 마치 겨울의 깃발 같다. 바람이 지나가면 생선이 흔들리고, 그 흔들림이 바로 포항의 겨울을 만든다. 관련 기사 보기
부산의 과메기 — 남쪽 바람이 만든 부드러움
하지만 부산의 바람은 조금 다르다. 더 습하고, 더 따뜻하다. 그래서 부산의 과메기는 포항보다 부드럽고, 짠맛이 덜하다. 자갈치시장과 남항시장 근처에서는 부산식 과메기를 파는 집들이 점점 늘고 있다. 사람들은 “우린 바람으로 익히는 게 아니라, 기다림으로 만든다”고 말한다. 그 말이 좀 낭만적으로 들리지만, 실제로 그렇다.
하루에 몇 번씩 해풍이 바뀌는 부산에서는, 바람보다 시간과 온도를 재는 감이 더 중요하다. 그 감이야말로 부산 과메기의 기술이다.
바람의 성격이 맛을 바꾼다
포항의 바람은 거칠고, 부산의 바람은 느긋하다. 그 차이가 식감과 향을 바꾼다. 포항 과메기가 약간 쫀득하다면, 부산 과메기는 더 부드럽고, 기름지다. 마치 북쪽의 소주와 남쪽의 막걸리를 비교하는 느낌처럼.
부산 시장 골목에서 본 과메기
남항시장 골목을 걷다 보면 바람에 흔들리는 과메기와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함께 들린다. “하루는 말려도 맛이 다르다”는 상인들의 말은 진심이다. 손끝으로 바람을 느끼며, 하늘을 보며, 생선의 표정을 읽는다. 부산의 과메기는 그렇게 만들어진다.
사람들은 과메기를 단순히 먹기 위해 사는 게 아니다. 그 안에 담긴 정성과 온도를 느끼기 위해 시장으로 간다. 부산 문화 소식 참고
포항과 부산, 다른 듯 닮은 두 바다
둘 다 바다다. 하지만 바다의 색이 다르고, 바람의 맛이 다르다. 포항은 직선 같고, 부산은 곡선 같다. 포항의 과메기는 강하고, 부산의 과메기는 유연하다. 그러나 둘 다 사람의 기다림에서 만들어진다는 점은 같다.
어디가 더 낫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건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이는 포항의 단단한 맛을, 또 어떤 이는 부산의 부드러운 감칠맛을 좋아한다.
그리고 나는, 부산 쪽이다
포항의 과메기가 전통이라면, 부산의 과메기는 감성이다. 조금 덜 짜고, 조금 더 촉촉하다. 그런 부드러움이 마음을 편하게 만든다. 겨울밤, 소주 한 잔과 함께라면 그게 충분하다.
과메기의 철학 — 말림이란 기다림
어떤 이들은 과메기를 ‘말린 생선’이라고 단순히 표현한다. 하지만 그 말림엔 철학이 있다. 생선이 바람을 맞는 동안, 사람은 기다린다. 그리고 기다림은 늘 사랑의 다른 이름이다.
부산의 시장 사람들은 그걸 안다. 그래서 말리면서도 웃고, 손질하면서도 흥얼거린다. 삶이란 게 결국 그렇게 흘러가는 거니까. 과메기 백과사전 보기
부산 과메기의 현재 — 바람보다 빠른 직송 시대
요즘은 하루 만에 전국 어디로든 배송된다. 하지만 그 속도가 오히려 아쉽기도 하다. 기다림이 사라진 세상에서 과메기의 의미가 흐려지는 느낌이랄까. 그래도 시장 아주머니는 말한다. “그래도 바람은 아직 여기 있으니까.”
그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포장박스 속에 갇힌 과메기조차 바람의 흔적을 품고 있을 테니까.
부산 과메기의 향후
과메기는 단순히 겨울철 음식이 아니라, 지역의 정체성이다. 부산은 이제 포항과 경쟁하기보다 자신만의 바람을 만들고 있다. 덜 짜고, 더 신선하고, 더 현대적인 방식으로. 하지만 그 안에도 여전히 사람의 손맛이 있다.
그게 바로 부산식이다. 바람은 바뀌어도, 마음은 그대로.
겨울, 과메기, 그리고 사람
겨울이 오면,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불면, 생선을 말린다. 생선을 말리면, 기다림이 생긴다. 그 기다림 속에 사람의 삶이 있다. 포항이든 부산이든, 결국 같은 이야기다. 바다 옆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